정말 많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월급을 깎자는 얘기를 한다.
당신은 이에 동의하는가?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 비례대표를 없애자와 같은 말에도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내가 국회의원을 애정해서 그런것일까? 전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정치권에 깊은 실망감을 가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법안들과, 국민들을 그릇되게 선동하는 모습들에 크게 실망해왔다.
그러나 누군가가 미우니 그들을 속된 말로 팬다고 해서 나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비이성적인 사고로 인해 내 삶은 퇴보할 가능성이 높다. 각 사안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 국회의원 월급을 깎자?
당신이 바라는 것은 그냥 당신의 감정해소를 위해 누군가를 패는 것인가? 아니면 국회의원이 나라를 위해 올바르게 일하는 것인가?
만일 전자라면, 더 이상 읽지 말아주길 바란다.
당신이 후자의 사람이라고 가정하겠다.
나는 국회의원이 나라를 위해 성실하고, 똑똑하게 일하기를 바란다. 국회의원이 얼마를 버는지는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만큼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닌가?
하나 묻겠다. 월급이 많으면 국회의원들이 불성실해지는가? 아니면 도덕적으로 타락하는가?
아니다. 오히려 월급이 줄어들면 불성실해지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무급으로 국회의원을 한다면 속된 말로 '꼬우면 니가 하든가' 라는 생각을 국회의원들이 가질 것이다. 혹은 보상심리로 인해 국회의원의 권력을 이용해서 부당한 돈을 받거나 뒷거래를 할 것이다.
심지어 가난한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기에도 월급이 많은게 더 유리하다. 무급이라면, 돈 많은 부자들만이 국회의원이 되지 않겠는가?
일각에서는 국민 평균 소득만큼 월급을 받아야 그들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한다.
그런 이들에게 난 반대로 묻고싶다. 그렇다면 기초수급자를 위한 정치인이 되려면 그들처럼 생활해야하고 고액자산가를 이해하는 정치인이 되려면 그들만큼 재산이 많아야 하는가?
그리고 지금의 당신도 만일 월급 많이받는 국회의원이 된다면,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줄 모르는 사람으로 변하는 것인가?
#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
우선 OECD 가입국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미국, 멕시코, 일본 다음으로 국회의원 숫자가 적은 나라이다. 물론 저출산의 영향으로 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것이지만, 국회의원은 어차피 4년마다 새로 뽑는다. 미래에 국회의원 숫자가 과잉이 된다면, 그때 줄이면 된다. 현재 기준으로는 결코 많지 않다.
더불어 국회의원 숫자가 줄어들면 개개인이 가진 권력의 크기는 증가한다.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국회의원 숫자가 1명이 된다면 한 사람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가지게 되겠는가?
또한 사회는 점점 더 다양하고 세세한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회의원 수를 함부로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비례대표를 없애자?
현재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수는 [지역구 253명] + [비례대표 47명] 으로 이루어져 있다. 혹시나 헷갈리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지역구 의원은 인물에 대한 투표를 받아 내 지역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사람이다. 반면 비례 의원은 정당에 대한 투표를 받아 각 당의 추천 순번대로 당선된 사람이다.
나는 이러한 비례대표가 오히려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 소신 투표의 장려
- 거대 양당 체제의 탈피
현재 정치에 가장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분법적인 거대 양당체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책을 보지않고 투표하는 경향이 크다. 두 정당 중에 특정 정당이 이기면 안 되기에 그 반대 당을 택하는 식으로 투표한다.
이로 인해 거대 양당의 일명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불리는, 절대 지지정당을 바꾸지 않는 비율은 거의 50%에 달한다
이것이 옳게 작동하는 선거 민주주의가 맞는지 의문스럽다.
나는 이것이 국민성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 생각한다. 실제로 소신대로 소수정당의 인물에 투표하면, 내가 싫어하는 정당 인물의 당선 확률이 올라간다. 그리고 내가 뽑은 인물은 당선될 확률이 0에 가깝다.
반면 거대 양당의 인물은 내가 뽑아주면 당선될 확률이 있다. 그래서 현재 국민들은 '합리적'으로 거대 양당 중 한 곳을 지지하게 된다. 맘에 안드는 반대편을 막기 위해서.
지역구에 비해 비례대표가 우수한 것에 바로 이 점이다. 비례대표는 정당의 지지율에 비례하여 의석수를 나눠가진다. 그러므로 소신투표를 해도 내 표가 유의미하다.
덧붙여 특정 정당에 대한 소신 투표는 정책과 방향성에 대한 지지이다. 물론 해당 정당의 특정 인물이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으나, 지역구 투표에 비해 그 영향력이 훨씬 적다.
이러한 비례대표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그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다.
- 군소정당이 난립하게 될 것이다
- 내가 직접 뽑지도 않은 인물이 국회의원이 되는것은 옳지 않다
우선 첫 번째 우려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지금도 3%이상 득표를 하지 않은 정당에는 1석도 주어지지 않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만일 너무 많은 원내정당이 생기는 것이 우려가 되면 그 %를 높이면 해결된다.
두 번째 우려에 대해서는 나는 반대로 묻고싶다. 지금 당신은 정말 당신이 뽑고 싶은 사람을 투표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정책을 어떤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지 찾아본 적은 있는가?
그리고 비례대표로 선출된 인물도 결국에는 당신의 표에 의해 당선된 인물이다. 게다가 투표 전부터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누구나 다 확인할 수 있다. 그 인물들이 마음에 안들면 다른 정당에 투표하면 된다.
또한 우리는 대의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수없이 많은 사안에 대해 국민에게 일일히 물어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례대표 또한 그런 면에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