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단성(單性) 학교가 존재한다. 일반고 기준으로 남고/여고는 50% 이상을 차지하고 남중/여중은 10% 안팎이긴 하나 여전히 존재한다.
나는 이러한 단성학교를 제도를 모두 폐지하고 남녀 공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다.
1. 학교는 단순한 학업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를 배우는 곳이다.
2. 성별만의 이유로 특정 학교의 입학을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 위배이다.
# 학교는 사회화의 장소이다
학교는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지만 결코 학업만이 그 존재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만일 공부가 학교를 다니는 유일한 이유라면 과외를 받는게 학교 수업 듣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데 학교대신 하루종일 집에서 과외를 시키는 게 낫지 않겠는가? (물론 그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가정하에)
우리는 학교에서 사회화를 경험한다. 친구나 선생님과 대화하고 때론 갈등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조금씩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는 법을 배워나간다. 그러므로 이성과의 사회적 관계도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애초에 남고 여고가 왜 존재했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과거에는 남자는 돈만 벌고 여자는 집안일만 했다. 옳든 그르든간에 가부장제도 하에서 살았고 남녀의 분리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녀가 공존한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나는 남녀는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과 경제위기는 다름으로 인한 결과의 간극을 좁혔다.
남녀의 대학 진학 비율도 거의 비슷하며 회사에 가도 직군에 따라 다소간에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부분의 경우엔 남녀가 함께 일한다. 정확히 5대5는 아니지만, 남녀가 분리되어 사는 사회에서 남녀가 함께사는 사회로 이 세상은 바뀌었다.
결론적으로 현재사회에서 남녀관계는 분업보다 협업에 가깝다.
그런데 사회화를 배워야 할 중요한 시기에 어째서 함께 살아가야할 남녀를 분리시켜서 그것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나는 이것이 사회적으로 매우 큰 손해라고 생각한다.
# 소통이 적을수록 오해는 늘어난다
약 10년 전부터 남녀갈등은 우리나라의 큰 문제가 되었다. 모든 사안이 그러하듯, 대화와 조율은 갈등해결의 열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생 때 이성과의 대화기회를 박탈한다.
게다가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너무나 쉽게 접하면서 아직 가치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시점에 서로에 대한 오해와 혐오는 더 커진다.
현실을 살아보면 커뮤니티와 SNS에 돌아다니는 내용이 그저 극단적인 케이스들을 끌어모은 이야기들이란 걸, 그리고 남자도 여자도 그저 인간일 뿐이란 걸 배우게 된다.
그러나 남녀가 분리된 학교로 인해 그러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물론 남녀공학만으로 모든 젠더갈등을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단성학교 제도가 젠더갈등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일부 극단적인 이성혐오적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이 여대에 상대적으로 많이 존재하는 것이 이를 대변해 준다. 부디 오해 없길 바란다. 모든 여대생=남혐이라는 말이 아니다. 비율의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 성별만으로 입학을 제한하는 것이 옳은가?
예를 들어 내가 만일 남고생인데 집 근처에 여고만 있다면 나는 남자라는 이유로 먼 거리의 고등학교를 다녀야 한다.
이처럼 학교의 입학의 기준에 '성별'이 있는 것이 옳은가?
헌법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나는 평등권을 위해서도 남녀공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화장실이나 목욕탕과 같이 혼성인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공간이면 남녀를 분리시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학교가 혼성인 것이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공간인가? 만일 그렇다면 모든 남녀공학을 폐지시켜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학원도 남학원 여학원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학원은 사기관인데 반해, 학교는 공기관이다. 오히려 학원에 남학원 여학원은 있을 수 있을지언정 공기관인 학교에 남고 여고가 있어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따라서, 남고 여고 남중 여중은 폐지되어야 한다.